제주여성가족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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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장시선]이은희 원장[한라일보-2017.6.30]
최고관리자 2017-07-02 403
일·가정 양립, 이제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등의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133시간으로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67시간 더 긴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맥킨지가 2016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조직 건강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 기업의 조직건강이 '함량 미달'로 나타났으며, 그 원인 1순위는 야근으로 지적되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제주기업의 가족친화제도 이용실태'에 관한 조사(2017)에서도 이러한 장시간 근로관행은 일·가정양립을 가장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이른바 '칼퇴근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제도는 있으되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이른바 '눈치법' 조직문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양한 일·가정양립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으려면 보다 창의적이고 과감한 기업문화 개선 등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여성가족부 과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에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가족친화법)을 제정하였는데, 법률 제정 당시 가족친화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아 법적 용어로 도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가족친화법의 핵심 내용은 기업이 가족친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도록 지원하면서 실제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는 것과 더불어 아동양육이나 노인부양 등 지역사회의 돌봄이다.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는 양성평등정책 '제주처럼'을 수립하면서 가족친화지원센터 설치를 제안하였다 . 이에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2016년 5월부터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를 수탁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의 일가정양립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족친화 직장환경 조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돌봄을 위한 돌봄공동체 환경조성 사업까지 함께 추진하는 것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도내 가족친화인증기업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11개소에 불과하였으나, 작년 개소 이후 약 6개월 만에 신규 인증기업이 9개소 추가되었다. 올해는 총 15개의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신규 신청한 상태이다. 수눌음육아 나눔터는 지난 해 10개소를 설치하고 금년에 신규 15개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돌봄공동체 26개소에 대한 지속적인 컨설팅과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돌봄지원법과 같은 많은 입법과제들이 제안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법률 제정도 필요하겠지만, 돌봄의 사회화는 기존의 가족친화법 내에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리라 본다. 제주는 일가정 양립정책에 있어 가족친화문화확산 사업까지 포함하여 출발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타 지자체에 비해 포괄적이며 선제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강하다고 한다. 실제로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근로자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개인적 성장에 도움이 되고 기업에게는 구성원의 만족도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주는 상호 호혜적인 착한 정책이다. 일·가정 양립을 넘어선 일과 삶의 균형으로 가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 가치를 만들어 내는 가족친화적인 지역환경이 우리 제주사회에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바란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http://www.ihalla.com/read.php3?aid=1498748400569372099